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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은행나무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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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나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725회 작성일 15-08-16 23:38

본문

천년은행나무의 말씀

 

                    김영선

 

 

 

무겁고 화급할 때 그 부처님 찾아가면 그저 놓으라고만 하시더니
천태산 영국사 부처님도 하냥 같은 말씀이시라

본전도 못 한 어설픈 장사꾼처럼 터덕터덕 내려오다 마주한 천년은행나무,

멀거니 한참을 올려다보고 섰는 나에게

눈주름살 같은 가지 가만가만 흔들어 하시는 말씀,

 

견뎌라,
사랑도 견디고 이별도 견디고 외로움도 견디고

오금에 바람드는 쓸쓸한 계절,

드러난 쌀통처럼 무거운 간난도 견뎌라

죽어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어금니 시린 배신과

구멍 뚫린 양말처럼 허전한 불신

구린내를 피우고도 우뭉떨었던 생각할수록 화끈거리는 양심도 견뎌라

어깨너머로 글 깨우친 종놈의 뜨거운 가슴 같은 분노도 견디고

싸리나무같은 가슴에 서럽게 묻혔던 가을 배꽃처럼 피어나는 꿈도 견뎌라

 

들판의 농부가 작은 등판으로 온 뙤약볕을 견디듯

가느다란 외등이 눈보라 치는 겨울밤을 견디듯

 

너의 평생이 나의 천년 아니겠느냐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18 21:04:19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2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

여적무차 如寂無差  경지명일 境智明一 같은 시

시를 감상하니,
그냥 맘이 편안해집니다

매사에 견디며 하심 下心한다는 거 (온갖 잡상으로 가득한 마음 하나 내려 놓는다는 거)

그게 바로 인생살이에 만병통치萬病通治인듯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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