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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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291회 작성일 16-03-13 22:34본문
봄의 시놉시스
#달산할매
아직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아침이다.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달산할배가
창문 붙잡고 흔드는 겨울처럼 유난을 떤다. 소란에 잠에서 깬 달산할매,
짜증 섞인 고함을 고래고래 질러댄다.
달산할배의 등짝을 확 후려갈기고는 솥에다 밥을 안친다. 그새를 못 참고
인기척조차 사라짐을 느낀 달산할매는 불만을 궁시렁궁시렁 토해낸다.
툇마루에다 아침밥상 차리고 달산할배 기다리던 달산할매의 느릿한 하품
이 입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말라있는 동백나무가지를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혼자 중얼거린다.
“사람도 저렇게 왔다 가면 좋을 것을.”
#달산할배
아직 아침공기가 서늘하다. 아침서리에 흙이 얼어 걸음마다 사박사박 소리를
내는 논길, 봄은 요란하게 오지 않는다. 달산할배를 따라 나온 누렁이가 논으
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짖는다.
완전히 말라 얼어붙은 논을 한참 뚫어져라보는 달산할배 곁에 찬바람이 스친
다. 바람에 황금물결을 일으키는 벼들을 두 눈으로 예견하는 중이다.
아침 동이 완전히 텄다. 살랑이는 찬바람이 달산할배의 등을 떠민다. 집으로
걸음을 옮기는 달산할배는 바람과 함께 나비날개 같은 잎사귀들을 몰고 온다.
댓글목록
현상학님의 댓글
현상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참 재미가 있습니다. 달산할매이건 당산할매이건(사실 저는 달산할매는 처음 보는 말입니다만...) 음과 양의 싸움도 그렇거니와 심드렁해진 달산할배가 몰고오는 봄,의 기운에 누렁이 꼬리 살랑거리는 모습이 선합니다. 봄 연극(?) 또는 드라마를 완성하는 할매와 할배의 모습에 슬그머니 미소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