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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91회 작성일 16-03-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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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이영균

  

  

애가 왔다 가면

헐렁해진 거실을 창가로 가져가 오래 껴입는다

햇볕이 너무 커서 기다림

 정류장에 서 있는 목 긴 가로등

  

눈은 밤새 먼 곳 살피는 탐조등이 된다

바람결에 날리는 그 애의 머릿결인 듯

아침에 눈을 뜨면

도심 가운데 내 방만 춥다

  

아내가 주방을 부수는 걸 보니

남아있는 등 거죽의 일부라도 저며야겠다

저며도 아프지 않은

나의 일부

  

창가 햇살 펼쳐 놓아 꽉 차는 집안

 가슴은 훈훈한데 그 애

벌써 가고 없을 텅 빈 자리

한구석 또 도려낸다해도

이어질 기다림엔 아무런 조건이 없다

  

어둠 내린 도심 속

제 살 퍼주는 불빛들 또 홀로 춥다

저들의 일부가 되어 그 속에 잠들겠지

혼자라 여기며

또 지붕 위 탐조등이 되겠지

  

일부라 여겨 기다리던

내 어머니처럼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3-25 09:48:4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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