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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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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75회 작성일 16-03-25 08:25

본문

낯선 오후

 

이영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병실의 오후

실눈을 뜨니 햇살이 힘겹게 뜯어지며

창밖 아스라이 비출 뿐

틀에 납작해진 산

하늘 찌르던 당당함을 접은 채 갇혀있다

 

손에 잡힐 듯 뿌옇게 잠겨오는 들녘

푸른 발자국들의 날이 어둡게 가라앉는다

안개비 스미어 커진 슬픈 빗소리

흰 슬픔의 뿌리

복받쳐 물결에 잠긴다

 

구부러져 끌고 잡아당겨 무릎을 괴며 계단을 오르고

아직 할 일을 접고 흙 저벅한 하루 밥상에 허리 펴는 허기져 누추한 할미꽃

처마 끝 낙수 바늘귀에 실을 적시면 창호지에 눈물 적시는 빗발

무딘 손 찔려 흐느끼는 불빛, 십여 페이지 봄날 어여삐 마주하였던 봄빛

어루만져 끝 페이지 병상으로 돌아가 깊이 또 빠져드는 수십 길 수심

키다리 그림자 어른거리던 때쯤 느닷없이 닥친 비운의 시작

헤어나려 발버둥 쳐도 역부족인 일 구부러진 허리 위 덮친 구부러진 그 일

울음에 목이 쉬어도 끝이 없고

 

끌린 발자국의 혀뿌리 늘어져

푸른 초원 묘연한 날

놓아버리고 싶어도 놓아버릴 수 없는 실낱같이

늘어진 채 빗속에서 푸른

능수의 오후

 

 

* 젊은 아들의 병상을 지키는 노모을 보며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3-28 11:05:12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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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유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유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젊은 아들의 병상을 지키는
노모의 마음이 물결처럼 전해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이영균 시인님..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감사합니다. 정유찬 시인님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는 시간이시길 바라면서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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