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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 못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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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7회 작성일 16-03-3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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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처녀들이 무명치마를 동여맸다.
햇살을 잉태하려 분주한 가지마다
처녀들의 저녁 수다가 요염하다.

벚나무에 산파가 다녀갔다는데
소문만 무성하고
개나리는 산딸나무 그늘에 가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팻말 뒤에 마른 울을 쳤다.

경비 아저씨는
담뱃불이 손가락 사이에서
필터를 태우는지도 모르고
손 바닥만 한 하늘이 그리워
경비실 밖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본다.

저 저 못된 손,
피지도 못한 숫처녀의 치맛자락을
다섯 송이나 훔쳤다.

시간을 우려넨 검 붉은 물
벌들의 눈물이 녹아
사내의 기침은 숫처녀의 향기에 젖었다.

바람이 꾸며낸 음모였다고
'오늘은 술 마시지 말고 일찍 들어와요'
아내의 말에 순종한 사내의 반발심이었다고

완전범죄를 꿈꾸는 사네
늦은 저녁 아파트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경비아저씨는 백열등 아래에서
꾸벅꾸벅 묵주 알도 없이 기도 중이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01 13:04:36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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