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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에 기대어 있는 시집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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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7회 작성일 16-03-31 18:15

본문

책꽂이에 책이 세로로 서 있다

제 몸 안에 가진 문자를 읽다가

행간의 간격을 세상 밖으로 보내려고 하고 있다

어느 시인이 간헐적으로 말를 건네는 한 페지에서

짧은 문장의 긴 여운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머물고 있다

 

언제 저 책꽂이에 꼽혔는지

그는 밤마다 문자를 방류 하였기에

겉표지는 늙어감을 감해주었고

흘려낸 문자의 고향을 찾아 문자의 바다에 배를 띄웠을 것이다

초판 때 젊은 혈기로 세상의 문자을 호령했던

젊은 시인처럼

아직도 다 흘려내지 못한 문자에게 재목을 달아 놓았다

 

한 줄로 완전하게 다 읽히지 못한 시어 한 줄이

오랫동안 기다림을 침묵으로 살아낸다

기억 속에 사라진 시의 한 생애가

터벅터벅 걸어나와 말라가던 가슴에 소나기 되어

흘러내리고 있다

 

시집 속엔 오래된 햇살 하나가

허전한 마음을 밝혀준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01 13:14:41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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