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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자맥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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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61회 작성일 16-04-01 13:15

본문

그녀의 자맥질

 

이영균

 

 

허기진 물보라의 기세 걸신들린 흰 물결 갯바위마저 다 갈아먹을 것 같이 출렁거린다

어미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오래도록 깊은 이어짐에 사력을 다하던 아가의 본능

검푸른 바다의 속은 그것이었다

 

거대한 대양 중에 한 점 미미한 몸뚱이 내맡기면

일출을 들어 올리는 바다의 너울 자락이 그녀를 삼킨다

아무것에도 구차함이 없는 잠시 바다엔 물결의 넋두리만 장황하다

돌고래를 부르는 숨비소리와 함께 수면에 떠오르면 힘찬 날갯짓을 접은 물새와 같아

그땐 물에 몸을 내어준 망망대해의 포로다

 

억 년의 바다를 떠나 어류의 진화를 멈춘 육상에 적응하여 살다 다시 바다를 찾은

지느러미도 아가미도 퇴화한 그녀는 연꽃같이 허리 낭창 한 해녀

 

숨을 멈추고 바다 깁던 자맥질을 접으면 어느새 가뭇가뭇 해안선 뭉뚱그려지던 포구

태반처럼 안온하여 뭍의 돌담 따라 돌며 뜨락에 들어서 냉수 한 바가지 내밀 딸아이와

침침한 눈으로 방문을 활짝 열어젖힐 노모의 얼굴

내 심안 수심 깊이 고요한 물살에 일렁일렁 해초 같은 그리움 몇 가닥 허리춤에 감겨온다

 

돌아보면 눈부시도록 희게 물살 저며내는 파도 저 물결 속에 아비를 묻고 낭군마저 빼앗긴

그녀의 가녀린 갈퀴 같은 어깨엔 헤쳐 나갈 역경 미역처럼 일렁이며 짓누른다

 

포구가 어둠에 잠길 때까지 반겨줄 사람 대신 원망만 그녀의 시선 묶고 있다

속절없음이건만 여인들의 몫인 탓일까?

버릇처럼 또 갯가의 갈대처럼 남정네들의 귀환을 기다린다

 

폭풍전야는 평온한 법 그 밤이 마지막 밤일 줄이야 부둥켜안았던 가슴엔 아직 온기 가득한데

모질게 희망의 끈 끊어버린 사별의 오열 아랑곳 없는 바다

여인의 한 저리 넓고 깊기에 밤바다의 질곡 또한 저리 끊임없이 흐느끼는 것이리

 

밤새 울부짖고 나면 후련하리

저 질곡의 암흑 벗어지리

내일은 모든 영욕 위해 수평선에 여명 영명하리

 

부서지는 저 금빛 물살 이젠 끌어안아야하네

강퍅했던 내 삶에 저 섬광 희망의 빛으로 삶의 오의로 끌어안을 걸세

와자지걸 부두가 잠에서 깨어나면 흩어졌던 꿈들이 대양으로 떠나려 모여든다

그리움 달래주듯 파도가 어깨을 치네

 

이제 또 자맥질이 시작되면 해삼, 성계, 전복

어제와는 달리 살이 꽉 차고 실하여 금빛 서린 새벽 바다에 희망이 열릴 거네

저 광활한 수평선으로 떠난 이들도 나와 같아 평온에 들 것이네

살갗을 외던 물보라도 생도 이젠 한풀 순해지리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05 11:23:57 창작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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