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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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959회 작성일 16-04-04 21:04본문
건너가다
오늘은
누운 내 몸을 아무도 세우는 이가 없다
종일 누웠어도 오후가 그대로 남아
어디 손이 모자란 사람들
고기 몇 근 끊어주듯 남은 오후를
뚝뚝 끊어 나누어 주고
그래도 남은 것들은
혹시 내게도 그런 날 있을까
맑고 정한 뒤란 아주 깊은 곳에
몇 근 곱게 묻어 두고 싶었다
그렇게 오후가 가고 어둠이 오듯
어둠 속에서 찬 기운이
한낮의 더위를 서서히 밀어 내듯
저쪽으로 건너가서
이쪽을 돌아보는 것이
나는 늘 낯설고 서툴러
더딘 걸음으로 머뭇머뭇 거리다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리곤 하였다
그러면 바쁜 걸음으로
찰랑거리는 봇도랑을 훌쩍 건너가
퍼뜩 건너오라고 내게 손짓하는
명절날 수런거리는 사람들 끝에서
부지런히 먹으라고 날 보며 손짓하는
그렇게 나를 안고 저쪽으로 훌쩍 건너가는
큰 걸음이 있어
나는 한해 두해 그 깊은 어둠 속을
으앙으앙 울음 울며 잘도 건너왔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6-04-11 18:27:00 창작시에서 복사 됨]댓글목록
박성우님의 댓글
박성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느린 흐름... 좋습니다 어감이~
삶도 그러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다 같이 한 시대를 밀고 가는..... 느린 걸음으로....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