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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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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673회 작성일 15-08-21 12:52

본문

고속도로

 

 

곧게 뻗은 편도 3차선 도로, 거미줄처럼 얽혔다 차들이 달린다 도로가 달린다 밤새 고라니에게 뜯어 먹힌 차선이 점선이다 두 눈에 불을 켜고 꼬리에 불을 붙이고 간다 어둠을 되새김해 아껴둔 아침을 꺼내 씹는다

 

뼈가 굳어져 씹히지 않는 아침, 다산(多産)에 지쳐 헐은 도로는 타르로 마취하고 안면성형수술을 감행한다 강심제 맞은 안내원이 비켜가라고 신호봉을 흔들어대는 팔은 2/4 박자다 아스팔트 속으로 걸어 들어가 굳어진 혀가 봉합된 솔기를 헤집고 나와 차창에 달라붙는다 음표가 되지못한 경음기 소리를 닦아내는 와이퍼가 졸린 듯 연신 눈을 비빈다

 

속도가 주춤거린다 열이 펄펄 끓던 어린 딱정벌레가 차선 하나 차지하고 누웠다 병목이다 견인차가 중앙선을 넘는다

 

새벽녘 한소끔 끓고 지나간 여우비에 젖은 도로의 얼굴이 팽팽하고 선명하다 동쪽으로 간다 어깨동무하고 간다 갓길에 출몰한 비상등 불빛이 숨넘어가듯 자지러진다  

 

로드 킬. 무단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스키드마크도 없이 튕겨져 나간 흔적을 밟고 간다 뭉클거리는 비린내가 졸음을 깨운다

 

차가 간다 가고 또 가고 온다 태우고 가고 싣고 가고 내리고 간다 멈추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멈추지 못해 간다

 

[이 게시물은 시마을동인님에 의해 2015-08-24 10:36:28 창작시에서 복사 됨]
추천2

댓글목록

묘향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묘향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호님 흔적 남기셨네요^^

시풍이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지도에 없는 길을 찾다 고속도로에 서니
현장감이 생생합니다

치열하고 바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함의 표출일겁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신 시인님
안부 놓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녕하시길 빌면서...

香湖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녕하세요?
참 오랫만이네요?
휴가라시더니 제 글에도 오셨네요.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
모처럼 바쁜 것 해놓고 쉬는 날이라 오랫동안 소원했던터라 졸글 하나 올렸습니다
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다음번 상경 때에는 꼭 시간 내도록 하겠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잠시 쉴 틈이 없으셨나봅니다
지금도 방방곡곡 거미줄 같은 고속도로를 타고 계시니...

동인에만 얼굴 내미시는 듯
이 방도 가끔 궁금하지 않았나요

어쨌든 무사하신 것 같아
반갑습니다, 형님!

香湖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인방도 오늘 겨우 체면치레 했습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글 하고는 담 쌓고 살았습니다
시골이라 여관에 pc도 없고 해서
스마트폰도 느리고
면목없네요 김시인님 널리 이해하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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