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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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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백은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951회 작성일 16-08-08 18:19

본문

가을인가봐 / 백은서

 

 

 

 

아 가을 가을이구나

내내 일군 밭은 장맛비에 삼켜 졌으니

가을이구나

 

가을 가을이구나

풋풋했던 우리 사랑, 봄바람처럼 뜨거운 햇빛아래 바스라진

가을이구나

 

가을이야

네 앞에 땀만 뻘뻘 흘리는 날 보니

이젠 정말 가을인가 싶다

 

봄이 왔구나 싶더니 가을이 왔어

네가 내 귀에 불어 넣어 주던 봄바람도

가을이 왔어 가을이

해는 매일 마다 중천에 뜨는데

뜨거워 진 건 우리 사랑 아닌 할 일이었나봐

달도 매일 밤하늘 높이 뜨는데

미안, 달을 보며 네 얼굴 하나 그리지 못했던 날 용서해

 

날이 뜨거워

아직 여린 맨발로 걸어가는 우리에겐 많이 뜨거운가봐

다가오는 대보름 밤

내 마음속 달님은 커져만 가는데

내 맘 한가득 채워 가는데

정작 둥그런 달님을 채워줄 네가 없어 이렇게 시를 쓴다

그래, 이렇게 시를 쓴다

아직 여름인가보라고

그러니

너 가을이 되면

가을바람처럼 쓸쓸히 오지 말고

단풍잎처럼 티 나게 다가오지도 말고

흰 눈송이처럼 살포시 내려와 나를 놀래 켜 주,

내게 부드럽게 속삭였던 가을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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