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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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의 실수
-종착역에서 내린 모기
깜박 졸아버린 사이에
역을 지나쳐 버렸다
알고보니 내게 주어진 마지막 열차였다
아무도 나를 깨워주지 않았나 보다
나는 종착역에서 일어나
축 처진 어깨를 질질 끌며 걸어 나간다
배가 고프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
이곳이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어볼 사람 조차 없다
길을 걷는다
사람들이 나를 피한다
내가 다가가도 나를 쫓아낸다
날개를 윙윙거리며 화를 내고 싶어도
힘이 없다
길을 걷는다
밤바람이 차다 이슬이 앉는다
무거운 날개가 더 무거워 진다
졸음이 나를 찾아온다
길바닥에 누워 잠을 잘 것 같다
날개가 오들거리며 떨린다
길을 걷는다
기침이 난다
사람들이 없다
이곳은 풀 숲
길을 헤매다 오게 된 곳
이곳에서 눈을 감는다
모기가
종착역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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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밤하늘에게님의 댓글

모기를 의인화한게 재밌네요! 이리저리 헤메는 모습도 공감되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