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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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비행기, 아니, 바람개비인가
글쎄요, 무슨 글씨같기도 하고
그날 이후로 내 콧잔등은 세상을 이고 다녔다
생각보다 세상은 울렁거리는 곳이었다
네모진 경계 속에서
너무도 분명해진 계단의 처음과 끝
길거리에 바스러진 한숨 조각들
세월이 직급인 아빠 이마의 세 줄 훈장을 보았고
이 선명함을 참지못한 나는
경계 밖으로 눈을 돌리곤 했다
의지와 관계없이 통용되는 선명도를 위해
몇번이고 나는 불편한 기계 앞에
불편한 자세로 세상을 조율했다
거북한 소리와 함께 초점을 맞추며
드르륵,
선생님,
드르륵,
전 그냥 흐리게 살고 싶어요,
소리쳤다
그렇게
제멋대로 세공된 세상을 마주하니
세상 밖 세상은 닿을 수 없게 희미해졌고
묵직해진 위압감은 빨간 낙인을 남겼고
질린 눈이 방황할 곳 사라져있었다
이따금씩
얹힌 세상이 시큰거리는 건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다
댓글목록
Kim해인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시를 처음 써보는데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서 올려봅니다!
백은서님의 댓글

와 내용이 참 좋네요.
논긍님의 댓글

감탄이 절로..저도 같은 학생이지만 경외감이 드네요..
Kim해인님의 댓글의 댓글

이제야 댓글을 확인했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노력한다면 두 분처럼 좋은 글 쓸 수 있겠죠?
밤하늘에게님의 댓글

안경 너머로 보는 세상의 모습이랑 시력측정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여러가지 공감도 많이 되고, 좋네요 ㅎㅎ
Kim해인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ㅎㅎ 제 글에 공감하신다니 이보다 기쁜일이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