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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개발 제한 구역’
아직은 쓸 만한데
파내고 때리고 으깨고
꼭꼭 묶어놨던 동아줄이 다 망가졌는지
이젠 조금 아프다
퇴근을 마치고 TV 보시던 어머니
위태롭게 일렁이는 불빛이 뭐가 그리 좋으신지
방 모서리에 쭈그려 앉아
햇빛 한줄 안 그어진 밤은 외롭기만 하다
발목과 무릎이 으스러진 것도 모른 채
완성되지 못한 회로를 묵묵히 밟는 어머니의 발은
전쟁을 끝내지 못한 절뚝발이와 닮아있다
이제는‘개발 제한 구역’
선명한 밧줄 자국이 아려와 더는 견딜 수가 없다
어젯밤은
시장 아줌마에게 백 원 한줌 양보하지 않는 어머니가
만원 쥐어주며 굶지 말랜 다
오늘밤은
식탁 위에 어머니가 먹다 남은 김밥 한 줄
그리고 내일은
딸들이 먹다 남은 고기반찬을 먹는 어머니의 등을 볼 것 같다
콘센트를 뽑아야 전기료가 안 나간다며
벗겨진 피복 같은 메니큐어를 바른 손위엔
한 없이 무겁기 만한 고무장갑
그렇게 어머니라는 핑계로 지녔던 무게들이
해수면에 막 다다랐을 때 쯤
그럼에도 파도는 계속 일렁거리다가
완성된 농부들의 일터
수평선 가운데 머금지 못한 수십 개의 전자파
이도저도 못한 채 길을 잃었다
이제는 고이 보내드려야지
설거지 더미들이 채 마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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