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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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작은 씨앗이었던 너를
흙 한 줌 한 줌이 모여 너의 발판이 되어주었고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너를 안아주었고
빛 한 줄기 한 줄기가 모여 너를 보듬어주었고
익충 한 마리 한 마리가 모여 너의 곁을 지켰다
그래 , 그리 높은 곳에 서보니 어떻더냐
하늘을 바라보게 되니 땅은 쳐다도 보기 싫더냐
지나가는 바람이 그러더냐
저 흙은 발 밑을 더러워지게만 한다고
저 물은 몸을 젖게만 한다고
저 빛은 뜨겁게만 한다고
저 익충은 해충일 뿐이라고
오직 바람 자신만이 너를 시원하게 해주겠다고 그러더냐
거센 바람이 불어
너의 꽃잎이 떨어지며
줄기가 휘청이는 줄도 모르고
너는 바람이 그리도 좋더냐
너 자신과 너의 은인들을 괴롭히는줄도 모르고
그저 바람과의 여흥이 즐거웠느냐
그들은 너희의 여흥을 위해
그들 자신을 희생한것이 아니다
이제 너의 꽃잎은 다 떨어졌으며
줄기는 꺾여버렸으니
그만 땅으로 다시 돌아오거라
어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미 화가 날대로 난
흙은 널 묻어버리려 할 것이고
물은 널 썩히려 할 것이고
빛은 널 태우려 할 것이고
익충은 널 갈아먹으려 할 것이다
이젠 네 몸이 거름이 되어 그들에게 용서를 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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