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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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의 시간 끝에 난 그대에게 사랑한다 말할 수 있었다
순백의 정결 속에서 둘은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순수의 가운데 핀 사랑은
흰 눈 사이에 피어있는 와송, 새하얗고 조그맣지만 귀엽고 여린 꽃이었다.
팔팔 끓던 찻주전자가 그대 앞에 놓이기 까지 물은
스물 두 번의 계단을 내려와 78도, 그제 서야 찻잔에선 향이 피어올랐다
달달한 향에 끌려 한 모금 마신기지만 중독되기는 그대의 아픔 못남 부족함
녹차 한 모금에 담겨있는 씁쓸한 감각 사이로 부드러운 무엇이 스며든다,
하면 그것은 첫 감각보다 더 달콤해진 씁쓸한 갈망의 맛, 처음 맛본 진정한 사랑이었다.
“나는 열일곱의 푸른 기와로 작고 조그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품을 수 있는 흙은 한줌 한줌 흙뿐이나 이것으로 당신을 갈망 합니다
청와에 맺힌 고드름이 아니라고 그 차가운 이성이 부족하다 생각말시지요
매일 밤마다 그대를 생각하며 흘린 눈물만으로 빙산은 만들어졌습니다.”
지붕위에 흰 눈이 쌓이고 온 산이 흰 눈으로 덮여 내가 그대 앞에서도 완전히 희어 졌을 때
난 떳떳이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
순백의 첫 눈이 내릴 때 그 순결한 순간에 다짐했던 맹세가 있었다,
모두가 흰 눈에 덮였을 때 그 보드라운 솜털을 비집고 간신히 일어서 꽃을 피우는 와송, 푸른 기와 위에 뿌리를 내린 채 작고 하얗고 귀여운 꽃을 피워내는 사랑
그런 간절한 사랑을
이만 끝내자고.
2016.11.26.4랑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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