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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빛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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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24회 작성일 16-09-11 16:10

본문

그저 공허한 야밤에 불쑥 나온 산책이었다
두리번두리번 칠흑 같은 어둠을 감상하는데
저 멀리 옥빛 찻잔이 덩그러니

사람 없는 정자를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난 무엇에 홀렸었는지
지지직거리며 경계하던 가로등을 뒤로하고
끽끽대며 스러져가는 방아깨비를 뒤로하여
조심히 감빛 판자에 걸터앉았다

옥빛 찻잔의 눈은 납작한 엉덩이에 달렸는지
단풍 나뭇잎 띄운 차가운 눈물은
커다란 구멍에서 졸졸 흐르고 있었다

문득 주머니 속의 낡은 담뱃갑
담뱃불 붙여 들이키다가 옥빛 찻잔에 건네니

담뱃불이나 지지라며 울기만을 십 분

결국 물처럼 들이키던 담배를 포기하고
하염없이 울컥이며 흐르는 눈구멍 막아주려
장초를 구멍에 꾹 눌러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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