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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신수심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64회 작성일 16-09-24 15:54

본문

편지에 불을 붙이며 우표를 붙인다.

새벽에 홀로 일어나 곧 태어날 일출의 꼬리를 보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자줏빛 달과 연노랑 귀뚜라미 가로등
그것들 우는 소리에 차마 잠들지도 못하고 떠나가는
섣부른 조각배 한 척
서두르지 말거라 시간은 많으니
아이가 죽으면 물이 차오른다
그제서야 노를 저어 떠나가거라
모두가 눈을 감고 어둠을 헤엄칠 때
너는 그 위에 노를 휘휘 저으며 흘러가거라

곧 죽을 모든 것들에게
톱니바퀴가 돌아가면 태양이 그 꼬리를 물고 태어나
여러마리 돌고래들이 빛 속을 헤엄치며 아침을 부순다
그들이 지나간 잔잔한 바다 위에도 다시금 달이 비출테니
조각배 떠나간 발자국을 따라 수평선을 넘어서
나무 한 그루 없는 작은 숲속에 새싹을 틔우거라

편지에 불을 붙이며 우표를 붙인다
주소도 없는 재들이 어디론가 열심히도 날아간다
온 세상에 나혼자 깨어 장송곡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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