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먹고 싶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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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먹고 싶었던 날 / 백은서
라면이 먹고 싶던 날 편의점에 갔다 왜갔었을까
라면 한 젓가락 들어 올릴 때 옆에 있던 아이들
역시 라면 보단 짜파게티지
아니 짜파게티 보단 짜왕이지 하며 짜왕을 끓여 먹던 내 허리만치 오던 아이들
엄마 오늘 저녁엔 짜장면이 먹고 싶네
짜장면은 비싸니까
비싸니까
짜파게티나 짜왕 끓여주라
그 말에 어머니는 비 오는 저녁
우산을 쓰시고 비바람을 지나치셨다
그리고 그날 내 저녁 식탁에 놓여진 양파 가득한 짜파게티 한 그릇
엄마 잘 먹을게 너무 맛있겠다 하며
하지만
나무젓가락을 차마 못 들으시는 그 주름 잡힌 손을 보며
아 못난 놈, 나는 젓가락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빗방울 튀긴 검은 잠바에 흠뻑 젖은 바지를 보며
아 아 못난 녀석,
난 부끄러움과 짜증 속에 젓가락을 들어 올리지 않았지만 어머닌 부끄러움과 미안함 속에 그저 나무작대기 두 개로 내 자식 내 새끼 보듬듯 들어 올렸다 내렸다 쓰담쓰담..
그날 나는 젓가락을 들어 올리며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잇따라 들려오는
“저녁으론 부실하지?” 하는 그 말에
나는 흐느껴 울었기 때문에, 젓가락을 놓아 버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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