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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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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대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3회 작성일 16-08-04 18:57

본문

꽃의 망각

 

지친 눈발 휘날리는 망각의 계절.

모든 것을 잊은 진달래.

기억의 꽃이 봄이 돼서야 피어난다.

 

아무것을 모르는 연분홍 꽃잎.

높푸른 하늘이 한 잎에 찍히고

봄바람의 냄새가 두 잎에 찍히고

아직 어린 참새. 해를 받아내는 구름의 금빛 울음소리가 찍힌다.

 

처음 보는 세상, 그때의 기억. 나 역시 피었으리라.

하지만 그 기억은 이미 떨어져 땅속에 묻히고, 남은 것은 익숙함의 이파리.

익숙함의 무게에 눌려 이제는 꺼낼 수 없는 처음의 꽃봉오리.

 

지금은 시들어버린 진달래는

영원히 묻힐 기억의 꽃잎을 뿌리고

처음을 새길 채비를 한다.

 

일생을 피고 지는 진달래.

나도 기억을 떼어 묻고 처음을 새기고 싶다.

눈물을 흘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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