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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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숲
강정관(19)
복숭아나무로 이루어진 숲을 헤맨다
여기저기
나무의 척수에는 혓바늘이 돋아나고
가지 하나가 손바닥을 간질거리며 다가오자,
손바닥이 화끈거려 꺾는 나
복숭아 열매 끝에서 피가 낙과 하고
멈추지 않는 피를 보며 왠지 모를 희열에
계속해서 가지를 꺾는 나
힘없이 주저앉아 내리는 도화꽃
결 따라 자란 붉은 이끼를 한껏 끌어다 덮고 있다
나는 복숭아 나무를 사랑한다
라고 스스로에게 낙인을 찍을 때마다
사랑이란 예리한 단어가 파편이 되어,
심장을 찢고 나온다
부슬비 내리는 일렁임을 보자
눈물이 숲의 외로움을 집어삼킨다
소나기 내리는 하늘
멍하니 보고 있는
어린 나에게 물었다
너는 무얼 그렇게 보고 있니
파아란 바다를 보고 있지
그제서야
피 비릿내가 지고
콧등을 스쳐지나가는 아버지의 내음
폭풍을 몰고 다니던 거대한 바다는
이제 없다는 걸 부정하며
스스로를 속인다
나의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마지막 나뭇가지도 부러트리는,
복숭아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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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또르륵님의 댓글

시가 참 좋은거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