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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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빠진 날 / 백은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밤은 이제야 찾아 왔지만
푸른빛은 꺼질 줄을 모르고
도란 도란
빗줄기만 창밖으로 떨어집니다.
바윗돌도 부수던 물방울이
제 지나온 길도 깎아 내려오지 못했음은
하늘이어서가 아니요 깎아내릴 추억이 없기 때문이고
초록 환희의 들숨이 되어주던 방울이
돌바닥에 제 머리를 부딪고 구르는 이유는
바보가 되어서가 아니요 제 맏는 길을 찾았다 아둥바둥 살아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따가운 시선과 바닥을 구르고
뜨거운 울음도 터뜨리며
수많은 물줄기로 흘러갈 물방울이 눈에 들어오겠지만
아버지, 어머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임은
깊은 강줄기에 숨어서도, 내리는 고 빗방울 소리에 슬며시 귀를 가져가시는 까닭입니다.
밤은 어제도 찾아 왔지만
푸른 이야기가 도란도란
빗방울만 떨어지나요
달님 얼굴도 보지 못할 새 찡긋 웃으며
이내 내 방으로 세차게 들이치는 빗방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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