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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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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벙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2회 작성일 16-05-04 18:42

본문

분실

 

 

잃어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

 

구멍 난 주머니로 거리를 쏘다니다

외풍에 몸을 웅크리고 옷깃을 여미리라

길 잃은 발걸음은 방향 없이 헤매고

갈 곳 없어 절벽 너머를 오랫동안 바라보리라

내리막이 오르막 되어 그 위 살얼음 얼면

나 끊임없이 넘어지리라 더욱더 추워지리라

 

그러나 어느새 태양이 세상을 물들이고

봄눈 녹아 만든 길 위에서 문득 놀라 깨달으리라

품속을 더듬고 발밑을 두리번거리다

헤매온 길을 곰곰이 되짚어보곤

마침내 방긋 웃음 지으리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리라

 

버리는 것도 숨기는 것도 아닌

그렇게 나 잃어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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