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시인의 길
백은서
나는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어
사람이 사랑하지 못하고
친구가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시인이 시를 쓰지 못하네
뜨거운 여름 바람에 시인의 찜빵같은 손은 익어만 가고
개울물에 깔쌈한 나뭇잎 배 만들어
둥둥 띄워 보내야할 손에서는 속만 터져 나오네
아아.. 아버지. 저는 시를 쓰지 못하나 봅니다
나는 그저 개미 한 마리처럼
매일을
길고
둥글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학교를 다니는데
왜 이리도 사람이 많은지..
개미는 더듬이를 잃었고
고양이는 수염을 잃었고
독수리는 눈동자를 잃었고
나는 푸른색을 잃었습니다.
아버지가 시를 쓰시며 최고라 하시던 푸른 강산
그곳에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사람 한명 없습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