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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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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껀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76회 작성일 16-04-13 17:02

본문

<주입식 고문>


얕은 잠 속에서도 도망친다


필기노트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사체가 되어

공책에 널브러져 있고, 지우개는 행방불명,

칼 매질 당한 연필은 진한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다


의자는 초조한지 덜그럭덜그럭

책상은 끼익 대며 신음한다


앞에 서 있는 저 우직한 인간은 지 세상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불거린다


이어 펜을 쥐고 자백하라는 그이

항상 옳은 답만 추구하던 내가

진솔한 답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옳은 답은 항상 정답이 아니고

참된 답은 다른 이유로 정답이 아니기에


오늘도 내 손가락은

공책 위에서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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