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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퍼하지 아니 할 수 없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secur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445회 작성일 15-12-19 21:28

본문

고독의 시간 속 그리움에

나는 슬퍼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무턱대고 벽을 쳐본다.

아무런 까닭조차 없다.

그저 차디찬 눈물만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아, 내 손은 녹슨 청동검이다.

나는 청동검이 부러질까 두려워

칼을 휘두르지 못하였다.

나는 내 손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따스한 태양의 햇볕을 쬔 나는

잠시나마 슬픔을 잊었다고 생각했으나

유리창에 비친 내 흉측한 모습을

더욱더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불나방이었다.

 

철없는 나에게 닥쳐온 시련은

너무나도 큰 시련이라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흉측한 얼굴을 씻어도 씻어도

과거의 과오는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물에 젖은 얼굴 위로 다시 두 줄기의 물이 흘러내렸다.

 

머릿속이 흰 백지가 될 무렵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물감들이

나는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희미해질 무렵이면 다시 물감이 쏟아졌다.

아름다운 색채는 나의 뼈를 깎아내렸다.

 

다시 나는 햇볕을 쬐러 나가본다

잠시나마 햇볕을 쬐는 것이 내 유일한 탈출구였다.

하지만 쬐는 것으로 족해야만 한다.

한심하고 또 한심한 나였다.

 

나는 내 녹슨 청동검을 갈기 시작했다.

갈고 또 갈고

빛이 날 때까지 막 갈았다.

 

용기라는 이름의 심장을 이식받고

새로 태어난 나는 심장이 터지기 전까지 정신을 놓고 달렸다.

 

하지만, 이미 태양은 다른 이를 비추고 있었다.

추천0

댓글목록

백은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백은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제? 줄거리? 요런건 추상적이지만 감정이 잘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표현들 하나하나가 정말 대단하시네요^^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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