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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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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백은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22회 작성일 15-09-19 21:08

본문

시골길

 

                                                                                       백은서

 

 

 

 

 

길을 걷는다

평범한 벽돌로 만든 평범한 길

사람을 위한 길을

 

구릿빛 감돌며 얼굴 찡그리고 코를 움켜잡던 길

하지만 조금 걷다보면

달큰한 막걸리 한 사발, 퀴퀴한 비닐하우스 냄새에

축축함 속에서 올라오는 옥수수의 열기 같은 농부의 정을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진한 풀 냄새에 진한 흙내가 엉켜 불편한 속을 움켜잡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 나를 품는 아름드리나무 아래서는

달콤 향긋한 꽃사랑에 취했었다.

 

붉은 벽돌집이 민머리가 되고 키는 훌쩍 큰 무렵

나는 그 길을 걷는다.

하늘 푸른 웃음을 띈

흡사 뺨을 맞고도 방긋 웃는 종업원의 웃음을 띈

아니 뒷짐 속에 비수를 숨기고도 편안히 웃는 간신의 웃음을 띈

그 수많은 벽돌들에게

매장당한 것이 아니꼬왔는지

흙은 푸른빛 절규를 한마디 깊이의 깊은 지옥 속에서 끌어내어

잿빛 벽돌들 사이를 애써 비집고 나와

높이, 저 높은 회색빛 모래집만큼 외쳐 피가 나도록 외쳐보자 했다.

 

밟히고 짓밟히고 또 짓밟히던

얼마 남지 않은 머리 숱

집에 기다리는 처와 자식들

헛간에서 쟁기를 끌 날만을 기다리는 누렁이를 위해서라도

대머리가 되어야 했고

대머리가 된 집들을 따라

매장되어 간 흙의 뿌리는 다시 절규를 지를 줄도 깊이 뿌리를 내릴 줄도 몰랐다

말라버린 뒷산의 머리는

이내 굵은 기둥들이 토하는 구름가발을 쓰고

집집마다 굳게 닫힌 대문과 인심 안에서는

아버지들의 속 타는 내와 담배까치 타는 내가 엉켜 속 뒤집힐 듯 향기가 새어나와

평범한 벽돌에 숨죽어 잠든 평범한 길의 시체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나는 시골길의 흙과 돌로 빚어진 사람

나의 동생도 평범한 시골길의 평범한 흙과 돌로 빚어진 아이,

막걸리 향기 나던 까칠한 수염에 얼굴을 비벼대던 추억은

손가락 한 마디 아래 지옥에 갇혔고

시골 들판과 산을 노닐며 하늘과 땅에 다져지던 아이들은

아마 구름 가발 공장 뒤편에 있는 또 다른 공장에서 찍어내며

그 마저도 삭박한 학원거리나 담배 내에 찌든 뒷골목으로 다지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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