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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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모리김치찌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483회 작성일 15-10-28 03:15본문
얼어붙은 달빛이 매섭게 쏘아보는 밤
단칸방 한켠에서 터지는 비탄의 울음
운명을 거부한 채 세상에 던져진 핏덩이
죽음을 잉태하고 태어난 삶과 죽음의 사생아
삶이란 것이 너무나도 과분한
누군가에겐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될
자신의 것이 아닌 생명을 가진 아해는
너무나도 슬프다오
고독을 느낄 새도 없이 터지는 슬픔은
신을 향한 표독한 발악
매섭게 쏟아져 내리는 생명의 모래시계를
아해는 볼 수 있소
내일이 될 수도 모레가 될 수도 있는
어쩌면 태양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는
이승과의 작별은 아해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오
무심히 쏟아져 내리는 달빛은 아해의 먼 길을 재촉하여라
주어진 시간 동안
세상에 다녀간 흔적을 남기려는 듯
더욱이 커져만 가는 울음마저
단칸방도 메우지 못해
존재를 입증할 무엇도 남지 않으리
피골이 상접한 어미와 절름발이 아비는
곧 바스라질 아해의 울음이 정말 기쁘다오
둘에겐 아해의 탄생은 하늘이 나린 선물
얼마 남지 않은 모래를 보지 못하는 어미는 탈진해 잠에 들고
모르는 아비 역시 급히 새끼줄을 꼬고 있소
아, 새벽닭이오
동이 트고 있소
아니, 모래시계는 보지 말아주시오
아해가 자도록 소리도 내지 말아주시오
이름없는 아해는 그저 조용하오
누군가에겐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될 아해는 지금 가장 조용하오
댓글목록
디노님의 댓글
디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두 번이나 정독해 보았으나 저에겐 너무나 어려운 시네요 ㅠㅠ 하지만 시구의 표현이 매우 심오하고 멋집니다. 예를 들어 '죽음을 잉태하고 태어난 삶과 죽음의 사생아' 라든지 '매섭게 쏟아져 내리는 생명의 모래시계'같은 표현들이 매우 감각적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