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춘(滿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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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춘(滿春).
산비탈의 봄내음은 그 모습을 뽐내지 않는다.
고릿한 민들레를 싸고 앉은 벚꽃.
산허리를 숨막힐듯이 껴안아 비탈길에 꾸역꾸역 덮은 포장도로.
그것을 또 뚫고서라도 하늘을 보는 조그마한 봄 내음.
비탈을 수백 번 걸은 그제서야 그것을 보았다.
그것을 또 수백 번 본 그때서야 그러함을 알았다.
새카만 동야가 아직까지도 채 가시지 않은 아스팔트 한구석에도,
또 그 위를 밟으며 지나치던 사람일지라도,
과연 봄은 오고야 만다는 것을..
온몸을 뚫는 햇살 아래에 선 상념이 온 세상과 무쩍무쩍 이어지니 가히 내게도 세상에도 만춘(晩春)이다.
(2022. 04.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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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산비탈의 봄내음은 그 모습을 뽐내지 않는다"
깊은 시심에 감탄하며,
한 주간도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