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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들찬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27회 작성일 23-06-14 00:46

본문

자바라문 


모락모락 비린 김 나는 간고등어 한 마리

바구미네 마을 마을로 지은 나라미 쌀밥 한 그릇

김장철 끝나고 딱 떠난 옆집 할매네 무짠지 한 종지

그 옆에 다소곳이 놓여진 야간 공장 노동자의 쪽지

윤활유 내음 뚝뚝 떨어지는 칠 벗겨진 개다리소반

시퍼런 파스껍데기와 땀에 찌든 붕대와 다 쓴 알보칠 통과 함께

끼니때 지나 우역우역 욱여넣는 첫 끼니

우리 집 아지매 최고라고 최고장도 날려주고

계륵같은 집에 산다고 계고장도 보내주고

산허리 동강 베어 만든 오동추야 한복판에

맥줏병 값 오십원같은 달 쳐다보며 오도카니

공병 줍던 앞집 할배 살았던 판넬 무더기 

엄마가 햄버거 돌려 반장 된 거식이와 떨어진 내 얘기

등록금 도라고 조회대 면전에서 면박 주던 교감 얘기

아침 댓바람부터 처들어와 인감 내놓으라 으르렁대던 조합장 얘기

미운 것은 성치도 않은 손목으로 꾹꾹 눌러쓴 미안하단 얘기

것도 다 식고 밉지도 않고 그냥

그냥 얼른 자라던 울 엄마 언제 오나 쳐다보고 쳐다보고

반들거리는 진녹색 교복 대강 다려 서랍장에 뫼셔놓고

연필 슥슥 깎아 깍지 끼워 필통에 넣어두고

선풍기 밑바닥 쉰발이도 집 밖에 던져두고

다니지도 않는 교회서 얻어온 새 파스 뜯고

나달거리는 영어 단어책 팔랑이는 소리

두어 술 남은 밥

바깥엔 시커먼 소낙비

이웃 없는 고요

비린 김도 다 식은 고등어가 되도록

자정꺼정 넘기지 못하는 오월의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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