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꿈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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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기억하는 꿈
가장 오래 남는 건
말이 아니더라
겨울 끝에
벗어둔 목도리를 다시 두를 때
문득, 손끝이 움츠러들었다
그때 네가
조용히 내 코트를 잡아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
말이 아니더라
그건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차오르는 순간마다
네가 걷던 뒷모습이 어김없이 떠오르고
창틀에 머리를 기댔을 때
네가 말하던 이마의 체온이
스며들 듯 느껴질 때면
그제야 안다
기억은 마음이 아니라,
몸에 남는 것이라는 걸
몇 해 전의 꿈을
아직 무릎이 기억하고
입술은 말없이 울었다
너를 안아본 적이 없는데도
나는 그 포옹을 잊지 못한다
그건 분명 꿈이었는데
꿈에서조차
우린 조용했다
말하지 않아도 남는 것들이 있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몸이 먼저 아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꿈이 아니라
몸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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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네가 걷던 뒷모습이 어김없이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