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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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매실이 익는 속도를
아무도 재지 않았다
봄과 여름 사이
늘 그렇듯
그 나무는
제 자리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너무 일찍 따면
맛이 없고
너무 늦게 따면
벌레가 든다더라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햇빛을 오래 받은 쪽이
더 먼저 물러지고
그늘에 있던 열매는
가장 늦게까지
단단했다
기억도 그랬다
많이 웃던 얼굴보다
말없이 식탁에 앉아 있던 뒷모습이
더 오래 남았다
매실을 절일 때
소금보다
설탕을 먼저 넣으라고 했다
씁쓸한 건
처음부터 감추는 게 아니라
서서히 달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을까
시간이 지나면
쓴 건 아래 가라앉고
단 건 위로 떠오른다
그렇게 되기까지
몇 계절이 필요한지도
이젠 안다
나는 오늘
작년의 매실병을
조용히 열었다
그 속에 든 건
익은 것도,
썩은 것도 아닌
말하지 못한 시간 하나였다
매실이 익는 속도를
아무도 재지 않았다
봄과 여름 사이
늘 그렇듯
그 나무는
제 자리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너무 일찍 따면
맛이 없고
너무 늦게 따면
벌레가 든다더라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햇빛을 오래 받은 쪽이
더 먼저 물러지고
그늘에 있던 열매는
가장 늦게까지
단단했다
기억도 그랬다
많이 웃던 얼굴보다
말없이 식탁에 앉아 있던 뒷모습이
더 오래 남았다
매실을 절일 때
소금보다
설탕을 먼저 넣으라고 했다
씁쓸한 건
처음부터 감추는 게 아니라
서서히 달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을까
시간이 지나면
쓴 건 아래 가라앉고
단 건 위로 떠오른다
그렇게 되기까지
몇 계절이 필요한지도
이젠 안다
나는 오늘
작년의 매실병을
조용히 열었다
그 속에 든 건
익은 것도,
썩은 것도 아닌
말하지 못한 시간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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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매실이 익는 속도를
아무도 재지 않았"습니다.
키보오님의 댓글

만병통치약은 시간이라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