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식는 것들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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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 식는 것들
익숙한 자리에 앉아본다
사람이 떠난 후에도
조금 늦게 식는 것들이 있다
입을 다문 컵
다 쓰지 못한 연필
책갈피보다 멀리 접힌 종이 한 귀퉁이
바람은 지나가고
냄새도 사라졌지만
천의 구김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며
내가 기억하는 건
함께 있던 시간이 아니라
무릎 아래,
주름진 자세였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언가 오래 머물다 간 자리란 건
알 수 있지
그럼에도 가끔은
잊은 줄 알고
잊혀진 척하며
그 앞을 걷는다
정말 다 지나간 걸까
숨을 멈추면 들리는 것들
스치는 것들
말하지 않았던 것들
그것들이야말로
가장 오래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펴보지 않은 종이의 주름처럼
어느 구석에 오래 머무는 건,
중심이 아니라
모서리다
익숙한 자리에 앉아본다
사람이 떠난 후에도
조금 늦게 식는 것들이 있다
입을 다문 컵
다 쓰지 못한 연필
책갈피보다 멀리 접힌 종이 한 귀퉁이
바람은 지나가고
냄새도 사라졌지만
천의 구김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며
내가 기억하는 건
함께 있던 시간이 아니라
무릎 아래,
주름진 자세였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언가 오래 머물다 간 자리란 건
알 수 있지
그럼에도 가끔은
잊은 줄 알고
잊혀진 척하며
그 앞을 걷는다
정말 다 지나간 걸까
숨을 멈추면 들리는 것들
스치는 것들
말하지 않았던 것들
그것들이야말로
가장 오래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펴보지 않은 종이의 주름처럼
어느 구석에 오래 머무는 건,
중심이 아니라
모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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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무언가 오래 머물다 간 자리"에 앉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