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 /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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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겨울의 연건동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
길가엔 소금물 자국만 희끄무레 남아 있었고,
건물 유리창은 바람이 지나간 쪽으로만
김이 서렸다.
나는 병원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들어가지도, 돌아서지도 못한 채.
무언가를 기다리기엔
기억이 너무 멀리 있었고,
기억하지 않기엔
그 자리는 너무 가까웠다.
2017년 2월의 어느 날,
내가 처음 그 단어를 썼다.
외과의사.
네모난 공책의 맨 아래 줄,
겨우 닿은 듯한 글씨로.
그 문장을 쓰고 나서
나는 한참 동안 펜을 놓지 못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책상 모서리에 이마를 기댔다.
조용히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꿈이 번질까봐.
그해 겨울,
하늘에는 비행운이 길게 남았다.
사라지지 않는 선이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도에서
기억은 천천히 얼어붙었다.
지금,
연건동의 오후 네 시.
나는 그 선을 따라 걷고 있었다.
말없이 닳아가는 신발을 끌며
낮은 하늘 아래,
다른 나를 지나치며.
아무도 묻지 않았다.
당신은 누구냐고.
그저,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비행운은
고도가 너무 달랐을 때
가장 뚜렷해진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겨울의 연건동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
길가엔 소금물 자국만 희끄무레 남아 있었고,
건물 유리창은 바람이 지나간 쪽으로만
김이 서렸다.
나는 병원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들어가지도, 돌아서지도 못한 채.
무언가를 기다리기엔
기억이 너무 멀리 있었고,
기억하지 않기엔
그 자리는 너무 가까웠다.
2017년 2월의 어느 날,
내가 처음 그 단어를 썼다.
외과의사.
네모난 공책의 맨 아래 줄,
겨우 닿은 듯한 글씨로.
그 문장을 쓰고 나서
나는 한참 동안 펜을 놓지 못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책상 모서리에 이마를 기댔다.
조용히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꿈이 번질까봐.
그해 겨울,
하늘에는 비행운이 길게 남았다.
사라지지 않는 선이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도에서
기억은 천천히 얼어붙었다.
지금,
연건동의 오후 네 시.
나는 그 선을 따라 걷고 있었다.
말없이 닳아가는 신발을 끌며
낮은 하늘 아래,
다른 나를 지나치며.
아무도 묻지 않았다.
당신은 누구냐고.
그저,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비행운은
고도가 너무 달랐을 때
가장 뚜렷해진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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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무언가를 기다리기엔
기억이 너무 멀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