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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1 /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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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키보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8회 작성일 25-05-18 23:25

본문

나는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무언가 기묘하고 야릇한 느낌이다. 내 몸 저 밑에서 느껴지는 무언가. 그것은 미미하지만 한순간에 내 머릿속을 온통 흔들어 놓는다.
그것은 구멍이다.
아주 깊고 차가운 그 끝을 보기도 전에 나는 주저앉는다.

그 구멍은 아주 옛날부터 존재했다. 그 시작은 알 수 없지만 조각조각 맞춰지는 기억들이 있다.



그 조각의 첫 부분은 아무도 없는 방이다.
 나는 방에 혼자 있다. 책장 끝에 올려진 사탕통을 바라보면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시계를 볼 줄 몰랐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죽은듯한 고요함. 해가 지면서 얼굴에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 오직 공기와 가짜로 채워진 공간… 이 어색하고 낮선 곳에서 나는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그곳은 우리 집이다.


기억의 조각은 이어진다. 오전이 지나간 학교 교실,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사물함을 정리하고 복도로 나간다. 나도 다른 얘들을 따라 사물함을 열지만 손은 멈춰있다. 다들 떠들며 멀어진다. 나는 아직도 그대로다.
그렇게 시계초침만 빼고 모든게 멈춰버렸다.
숨막히게 오후가 쏟아지는 교실.
그곳에서 나는 집중하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멍때린 곳은
캄캄한 사물함 안쪽,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구멍

자석에 따라붙듯 이어진 기억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기억 속의 모든 나는 혼자다.

지독한 침묵. 말을 걸어오는 어른들은, 간간히 들리는 창문 밖의 소음일 뿐.
떨군 고개가 마주한 발끝.  그 발끝부터 퍼져나가는 그림자. 그 새파란 그림자는 점점 내 몸집보다 커진다.


누군가가 곁에 있어도, 아찔한 몽롱함에 벌벌 떤다.
아무리 시끄러운 카페에 앉아있어도
구멍은 침묵한다.


너무 깊어져버린 내면의 구멍.

 공을 들여 오랜시간 허우적대며 나아가도 금세 제자리다. 항상 내가 방심하는 틈을 노리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웃고있으면 비웃기라도 하듯 구멍 속에서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은 적응한다.


이제 그것은 거리의 흔한 자동차다.
맹수도 괴물도 아닌
차갑고 딱딱한.
그것은 아무소리 없이 내 뒤에 와있다. 정말 아무소리 없이.

커져버린 그림자를 의식한 순간 그것은 경적을 울린다.
금방이라도 날 짓밟고 갈 듯 시끄럽게 울린다.
하지만 절대 그러지 않는다.

그것은 절대 날 죽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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