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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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주머니
책벌레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다가
일방통행 오솔길에서
고슴도치를 딱, 본 거야
멀리서 걸어오던 고슴도치가
얼른 머리를 숨기고
가시를 치켜들었지
호랑이는 가까이 다가가 보더니
'이거, 저 산동네 욕쟁이 할망구가
떨어뜨린 바늘 주머니구나!' 하고
또 어슬렁어슬렁 꼬리를 흔들며
어디론가 가버리고 말았어
이건 호랑이가 담배 피우다가
꼬리 홀라당, 태워 먹었던
오래전의 이야기가 아니야
지금도 일어날 수 있는
배꼽 잡고 비탈길에서
뒹굴 수도 있는 이야기지
호랑이가 가버리자 그제야
얼굴을 내밀고 두리번거리던
고슴도치가 한마디 했어
"아따, 십 년 감수했어잉
일방통행이라서 내가
뒤로 빠꾸할 뻔했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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