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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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09님의 댓글

저녁 (시)
정민기
날이 저물고 있다 수평선에
해가 줄넘기하다가 줄에 걸린
아이처럼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구름에 반사된 얼굴은 그녀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줄넘기하다가 줄에
걸린 척, 해를 바라보았는데
금세 산 너머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졸고 있던 가로등이 반짝 눈을 떴다
달 꽃다발을 들고 저녁은 달려가고 있다
어느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차 한 잔 같이 마시고 싶어 저녁을 불렀다
문 앞에서 꼬리 흔들며 반갑게 짖어대는
흰둥이를 보고 저녁이 놀라서 달아났다
그 카페에서 저녁을 쏙 빼닮은
별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을 보았다
♬ 초콜렛군 오렌지양 - 밀크티(MilkTea)
https://www.youtube.com/watch?v=OZJ1hnLdyM0
책벌레09님의 댓글

장대비 (시)
정민기
국숫발 같은 비가 내린다
장대비,
대나무밭을 만들겠다는 심보가
대단하다
굵고 거센 이 비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천둥과 번개를 데려와서
이런 내 마음을
어찌해보겠다는 것인가
쌓아놓은 장작더미가 반갑다는 듯
와르르 달려온다
저 장대비,
향해서 우산 여럿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웅덩이 고인 물이 마음에서
자꾸만 질퍽거렸다
실로 엄청난
저 장대비
♬ 비 오는 거리 - 이승훈
https://www.youtube.com/watch?v=_FJRQiyzO00
책벌레09님의 댓글

심야식당 (시)
정민기
허름한 식당 문앞에
엎드려 있는 길고양이들
늘 그렇게 앉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도 쫓아내지 않는다
손님이 돌아가고
음식물 찌꺼기를 내어주는
주인아줌마 손등을
한 번 핥아주고는
이내 허겁지겁 먹는다
허름한 식당이지만
그 내면은 전혀
허름하지 않은
까만 하늘에는
길고양이 눈빛 닮은
달이 선하다
♬ 심야식당 - 보드카 레인(Vodka Rain)
https://www.youtube.com/watch?v=HH8WKz4BZl0
램지할매님의 댓글

정민기시인님안녕하세요
잘보고갑니다
책벌레09님의 댓글의 댓글

7월에도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책벌레09님의 댓글

변기의 추억 (시)
정민기
변기 위에 앉아
있는 힘 없는 힘
주고 있는데
앞으로 나아갈 것 같은
뜬금없는 생각에
양옆을 붙잡고 있었다
그 옛날 할머니의 목소리
들려오는 듯
아가, 단디 붙잡아야 한데이
허리띠 졸라매고
단단히 붙잡고 있는데
또 어디선가 젊은 여자
목소리가 난다
아따 마, 거시기
빨리 좀 나오라카이
싸가지고 묵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 진짜
차라리 똥물 닮은
싸구려 커피나 마실란다
똥물 니나 묵어라
♬ 싸구려 커피 - 장기하와 얼굴들
https://www.youtube.com/watch?v=i8zx49Rk-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