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과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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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과일들 / 남정률
작아도 씨가 하나라
대추는 자기가 왕이라며
첫째 자리를 차지하고 앉습니다.
밤송이에 세 개씩 들어있는 밤은 삼정승이라며
가죽옷 보늬옷 다 벗고 하야니 깨끗한 몸으로
두 번째 자리에 앉습니다.
배는 씨가 여섯 개라 육조판서라며
온몸 가득 달콤한 과즙을 채우고
세 번째 자리에 앉습니다.
사과는 자기도 씨가 여섯 개라며
얼굴이 빨개져서
배와 자리다툼을 합니다.
감은 씨가 여덟 개라 8도관찰사라며
다디단 몸으로 다섯 번째 자리에 앉습니다.
씨가 많은 포도 수박 참외는
백성들이라며 서로 자리을 양보하며
맨 끝자리에 앉습니다.
복숭아가 하트 모양의 몸에 고운 향을 안고
애교를 떨며 끼어 앉으려다 쫓겨납니다.
쫓겨난 복숭아 속이 단단히 꽁합니다.
<참고>복숭아나무와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다고 여겨져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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