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세시의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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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가
높이 날아올랐어요.
하늘은 파란
바다 위에
양 떼들을 몰고 있어요.
바람은 갈대밭에 머물고
꽃대를
흔들었어요.
새하얀 이불이
비누냄새를 머금고
가슴을 크게 부풀렸어요.
마당에 핀 코스모스는
울긋 불듯
무리를 지어 노래를 해요.
감나무는
할머니의 웃음을 매달고
가지를 늘어트렸어요.
할아버지의
녹슨 자전거를 오르던 담쟁이는
얼굴이 붉게 타올라요.
엄마는
창문을 활짝 열고
가을맞이 대청소를 해요.
화분 하나에 한 포기식
치마끈을 불끈 동여맨 배추가
파릇하게 하늘을 올라요.
김치전이 노르스름하게
고소한 냄새를 풍길 것 같은
일요일 오후의 햇살이 좋아요.
먼 산의 검은 윤곽이
하늘 빛깔을 닮아
파란 물이 배어나는데
일요일이 가는 소리는
오래된 벽시계가 종을 세번 울어요.
컴퓨터는 그만해라.
책 좀 읽어라.
머리 감아라.
엄마의 잔소리가 싫지 않은
가을바람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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