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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목도리(동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91회 작성일 16-07-11 21:56

본문

몇 일째 아파트에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어요.
추운 겨울이었지요.
소리는 점점 가냘프게
끊어질 듯 이어 들려 왔어요.

"저러다가 얼어 죽지
큰일 나겠어!"

듣다못해 아빠가
아파트 정원으로 나갔어요.
종이상자 아래 납작
엎드려 있었다네요.
사람들이 음식을 가져다주었지만
물조차 얼어붙었데요.
아빠의 손에
작은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어요.

고양이는 한동안 알아 누웠어요.
물 한 모금 삼키지 못했지요.
엄마는 검지 끝에
우유를 적셔
입에 가져갔어요.
나비는 작은 혓바닥으로
엄마의 손가락을 핥았어요.
그렇게 조금씩 힘을 얻는 듯했어요.

가냘픈 울음소리가
한숨처럼 새어 나오더니
우유가 담긴 그릇으로 힘없이 걸어갔어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우유를 마시고는 이내 잠이 들었지요.

아빠의 흰 넌링구는
나비에게 따뜻한 이불이 되어 주었어요.
할머니의 털신에 넣어 주어도
쏙,
들어갈 것 같은 앙증맞은 새끼 고양이었지요.

식구들이 모두 잠든
이른 새벽이었어요.
거실에서 들리는 가냘픈
고양이 울음소리에 잠이 깨었지요.
제 방문 앞에 와 있었나 봐요.
방문을 열자 제 방으로 들어 왔어요.

만지면 으스러질까
두 손으로 받아 품에 안았어요.
제 품이 따뜻했는지
제 심장 소리에 마음이 놓였는지
스르륵~
눈을 감고 잠이 들었어요.
저는 책상 의자에 앉아
스텐드 불빛을 쫴 주었지요.

엄마 품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 곧장 달려왔어요.
아빠는 작은 종이 상자로
나비의 집을 만들어 주었어요.
저는 종이를 접어
고양이의 이름을 지어 주었지요.

겨울에 찾아온 손님
작은 동고비 크기의 고양이

'동고양'

관심도 두지 않던 오빠가
고양이 이름을 보더니

"똥고양 똥꼬야 똥꼬똥꼬또옹~꼬"

놀렸지요.

흥, 오빠는 질투가 나서 그런 거여요.
제게는 동고양이 있으니
하나도 약오르지 않았어요.

"뭐야, 엄마 똥꼬가 똥을 쌌데요."

엄마는 오빠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어요.

"큰일이네,
겨울이라 이불빨래도 힘든데
안 되겠다."

빨간 플라스틱 그릇에 모래를 채워
동고양곁에 놓아두었어요.

목줄을 메야 했어요.
동고양은 목줄이 서글프지 않나 봐요.
제 목줄을 잡고 구르더니
이제는 뻘떡 뛰어올랐어요.
목줄을 잡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똥꼬라고 놀리던 오빠도
신기한 듯
동고양을 보고 활짝 웃었어요.

엄마, 아빠가 안방으로 들어가면
오빠와 나는 작은 후레쉬를 가지고
동고양을 어르러 나왔어요.
게임보다 재미있고
저를 보는 작은 눈동자가 너무 귀여워요.

발소리를 죽이고
동고양을 품에 안아 저희 방으로 오는데
안방에서 말소리가 들렸어요.

"그냥, 보기가 안타까워 집에 들였는데
큰일이네.
아이들이 정이 흠뻑 들어
내치지도 못하겠고
키우자니 손이 많이 갈 땐데~"

"어미 고양이는 없었어요?
이제 갓 젖을 뗀 새끼 고양이를 두고
어디 간 걸까요?"

"어미가 있었다면 그냥 두었을 리 없지
버림받은 고양이인 것 같아."

행여라도
학교 간 사이에 동고양을 내치면 어떻게 하나
불안했어요.

아침에 학교 갈 때면
"동고양 잘 돌봐주세요!"
하고 문앞에서 인사를 했어요.
학교에서 다녀오면
"똥꼬양"
오빠가 놀려주던 이름을 나도 모르게
크게 불렸어요.

동고양은 제 얼굴을 제 발등에 비비고는
앞발을 들어 안아달라고 보챘어요.
오빠도 샘이 나서 제 품에 안은 동고양을
빼앗듯이 안아보려고 했어요.

"엄마, 오빠가 뺏어~" 하고 울면
엄마는 주방에서 눈초리를 주었어요.
오빠는 제 머리통에 알밤을 주고
제 방으로 획 들어갔어요.

"저녁 먹기 전에 숙제를 해야지"

"네~"

엄마 말을 잘 들어야
동고양과 놀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심부름도 잘하고
신발 정리도 잘했어요.
엄마가 싫어하는 게임은
조금, 아주 조금만 했어요.

오빠는 심통이 났는지
게임만 하다가 엄마한테 딱 걸려
혼쭐이 났어요.
그럴 때마다 동생과 비교한다고
엄마 몰래 알밤을 주었어요.

빨간 끈을 의자에 매달아 주면
재미있나 봐요.
앞발로 구르고 입으로 물어뜯었어요.
긴 막대기에 끈을 달아
인형을 묶어 이리저리 당기면
웅크리고 있다가는 폴짝 뛰어
인형을 덮쳤어요.
덮치려는 순간에 막대를 확 뿌리치면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쏜살같이 인형의 뒤를 쫓았어요.

동고양이 집에 들어오고부터
가족들은 웃음이 많아졌어요.
아빠가 쉬시는 일요일이면
동고양을 무릎에 앉혀두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요.

창밖에는 흰 눈이 소복소복 쌓였어요.
아빠가 사준 빨간 목도리를
제 목에 두르고
동고양 목에 두르면
눈을 마주치는 일이 행복했어요.

엄마가 사 온 사료를 먹기 시작하며
몸집이 하루가 다르게 커졌어요.
옷도 사주고 신발도 사 주었지요.
제가 목욕을 할 때면
함께 씻어 주었어요.
겨울 방학은 동고양과 헤어질 일 없어
너무너무 좋았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용변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목줄을 풀어주어
제 침대로 달려와 놀아달라고
얼굴과 코를 핥았어요.

"제가 갑자기 왜 울어요?"

엄마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안방을 나서는데
아빠는 거실에 불을 꺼 놓은 채로
소파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었어요.

동고양은 베란다 큰 창 옆을
어슬렁거리며
창을 열고 나가려는 듯이
앞발로 창을 밀어내는 시늉을 했어요.

"여보, 잘 들어봐."

보름달이 환하게 창가에 걸려있었어요.
아파트를 듬성듬성 밟히는
가로등 아래 풀숲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들렸어요.

아빠와 엄마는 오랜 침묵을 깨고
베란다 문을 열어 주었어요.
동고양은 베란다로 나가더니
간이 탁자에 훌쩍 뛰어올랐어요.
깜깜한 밤이었는데
귀를 쫑긋 세우고
밖에서 큰 고양이 울음소리가 날 때마다
처음 집에 올 때 보다는 굵은 목소리로
화답을 하듯이 울었어요.

불길 한 예감이 들어
동고양을 품에 안고
제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어요.

오빠가 한번
엄마가 한번
방문을 두드렸지만
문을 열 수가 없었어요.

다음 날, 아빠는
집 앞 식당으로 가족들을 불렀어요.

"우리 혜련이 좋아하는 왕갈비
실컷 먹어.
동고양도 많이 먹어"

일 년에 서너 번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시면
나가던 외식이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이었을까요?

동고양을 품에 안고
맛있는 갈비를 먹었어요.
오빠는 냉면을 비우고
엄마가 덜어 준 제 냉면을 넘봤어요.

집에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도 사고
과자도 샀어요.
아빠는 오늘 좋은 일이 있었나 봐요.
숯불에 구운 고기를 제 그릇에 올려주시고
소주를 마셨어요.

"아유, 술 냄새~
오늘은 오랜만에 우리 혜련이랑 잘래."

학교에 들어가고부터
엄마는 저를 따로 재웠어요.
시골에서 어른들이 올라오시면
안방을 내주고
오빠 방에는 아빠가
제 방에는 엄마가 같이 잤어요.

동고양은 거실에서 잠이 들고
엄마와 함께 침대에 누웠어요.
엄마 품은 언제나
시큼한 우유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혜련이는 엄마가 좋아?"

"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는 혜련이를 꼭 안고
이마에 뽀뽀해 주었어요.

"이 다음에 우리 혜련이가
엄마를 잃어버리면 엄마는 얼마나 슬플까?
혜련이도 그럼 슬프지 않겠니?"

혜련 이는 엄마가 멀리 떠나려는 줄 알고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엄마는 깜짝 놀라
혜련이의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아주었어요.

"혜련이 울어, 앙~~
엄마는 우리 혜련이를 두고 어디 안 가.
엄마는 혜련이가 없으면
너무너무 슬플 거야"

엄마는 힘있게 꼭 안아주며
혜련이를 달랬어요.

"동고양이 아주 이쁘지?"

"네"

"아빠가 그 날, 밖에 나가지 않았다면
동고양은 얼어 죽었을 거야.
우리 식구가 되려고 하늘이 보내주셨나 봐."

"엄마, 동고양이 참 예뻐요."

"그래, 참 이쁘지.
저렇게 이쁜 아이를 두고
엄마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

새끼고양이도 우리 혜련이같이
따뜻한 품이 있는 엄마가 있었을 텐데
엄마가 그립지 않겠니?

"혜련이도 어젯밤에 들었지.
동고양이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저 창문 밖에는
아기고양이를 잃은 엄마가 울고 있었어."

엄마는 혜련이 얼굴에 머리를 쓸어 올리며
슬픈 얼굴로 보고 있었어요.

"새끼고양이는 엄마 품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거야.
이 세상에 그 무엇도
엄마와 새끼고양이 사이를 떼어놓진
못 하는 거야.
우리 혜련이도 다 컸으니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혜련 이는 엄마 품을 파고들며
울고 있었어요.
엄마는 혜련이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말을 이었어요.

"혜련아, 동고양과 이틀 밤만 자자.
그냥 보내주면
이다음에 동고양이 커서
우리 혜련이를 못 찾아오면 어떻게 하니.
이쁜 사진도 찍고
맛있는 음식도 먹여주고
이다음에 우리 혜련이가 크면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거야
꼭,
손도장도 찍고."

혜련 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동고양과 헤어지는 일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약속한 이틀 밤이 지났어요.
가족들은 동고양을 품에 안고
아빠가 처음 만났던 풀숲으로 갔어요.
사료와 물을 듬뿍 담아
풀숲에 그릇을 놓아 주었어요.
동고양이 머물던 종이상자에
이쁜 털 깔게도 깔아주고
동고양을 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았어요.
한 참이 지나자 풀숲에서
어미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났어요.
동고양은 화답하듯이 울고
어미 고양이가 슬금슬금 새끼 고양이 곁으로
다가왔어요.
코로 흠칫 흠칫 냄새를 맡더니
새끼 고양이의 몸을 핥았어요.
동고양은 어미에게 몸을 맡겨두더니
혜련이가 있는 쪽으로 돌아보았어요.
어미 고양이는 새끼고양이의 목덜미를 물어
어둠의 숲 속으로 사라졌어요.
혜련이는 참았던 눈물을 왈 꽉 쏟았어요.
엄마는 혜련이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어요.

"우리 혜련이, 착하네.
지금 이별은 슬프지만
이다음에 동고양이 엄마가 되면
우리 혜련이를 다시 찾아올 거야.
엄마 품에 돌려준 일은
참, 잘한 일이야.

달도 슬픈지 구름에 얼굴을 가린
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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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아무르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500자×10장=5000자 입니당.

소녀가 빨간 목도리를 제 목에 감고
목도리의 끝은 고양이의 목에 감아 준 모습,
서로 눈 높이를 같이 한 모습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에그~~
휴대폰으로 쓴다고
오른 쪽 검지 손가락에 쥐 났습니다.
독수리띠도 아닌데
콕콕 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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