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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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629회 작성일 15-08-28 09:51본문
고물 라디오가
12시 시보를 알리면
이발소 아저씨는 괘종시계의 테엽을
감아요.
연탄날로에는 뜨거운 물이
양은 솥에서 끓고
거품을 내는
비누냄새가 좋아요.
소가죽에 면도날을
쓱 문지르면
파랗게 날이 섰어요.
사각사각
아빠의 턱수염이 거품을 걷어내면
아빠의 얼굴에는
뜨거운 수건이 덮였어요.
아빠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고
저는 살금살금
문 쪽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이놈"
줄행랑을 치려 했는데
이발소 아저씨는
제 마음을 알고 있었어요.
바리깡이 사각사각
이빨을 앙다물때마다
제 머리에는 고속도로가 뚤렸어요.
"가만, 가만이 앉아 있어"
흰 가운에 까만 머리까락이
낙엽처럼 떨어졌어요.
"코도 풀고
목덜미도 잘 씻어라"
제 머리는 스포츠머리라고 불러요.
머리카락속에 숨어 있던 딱정이가
불쑥 튀어 나왔어요.
아이들의 머리는
다 똑같아요.
구슬치기를 하고 있으면
누나는 뒷모습만 보고
제 귀를 잡았어요.
다들 똑같은 머리였는데
어찌 알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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