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 때를 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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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814회 작성일 15-08-28 21:47본문
폴짝폴짝 징검다리를 건너요.
오후의 햇살은 은어떼를 몰고 왔어요.
산 그림자가 은어떼를 몰아가면
밥 짓는 연기 자욱한 산 골짜기에
밤이 오겠지요.
논병아리 한 쌍이
풀을 뜯고 있어요.
들고양이 눈에 불을 켜는
밤이 오기 전에
집으로 들여야겠어요.
감나무는 지난 폭풍에
감을 많이 떨구었지만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대봉은 열리겠지요.
시냇물이 졸졸졸
은어떼에게 노래를 불러주어요.
폴짝폴짝 징검다리를 넘는 심심함도
누런 황구가 알면 꼬리를 흔들 텐데
집으로 돌아가는 가을 하늘에는
잠자리가 너풀너풀 춤을 추어요.
참외밭에 원두막은
고추를 따 먹겠다는 할아버지가 낮잠을 주무실까요?
고추가 익어가는 들녘에
허리 굽은 할머니의 머리 두건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 같아요.
가마솥에는
옥수수가 있을까요?
감자가 있을까요?
은어 때들도 배가 고파 집으로 돌아가면
소쩍새 우는 소리
가을이 깊어가겠지요.
추천1
댓글목록
컴파스님의 댓글
컴파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구나 마음에 고향은
전원의 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르박님의 댓글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은 백 세 시대를 산다는데
제 나이 반백,
어린 시절
징검다리 건너 던 햇살의 은빛 너울을
생각했습니다.
내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참, 고마운 일입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소중한 기억이겠지만
이 만큼
동심을 떠나 어른이 되고 보니
집으로 가는 길은
참, 아름다웠다는 생각이네요.
동심은 욕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세상은
무지게 빛, 꿈이었네요.
저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나이를 먹는 것은 추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꿈을 지켜 줄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