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사마귀와 토종 메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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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책벌레정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2회 작성일 15-11-06 16:35본문
외래종 사마귀와 토종 메뚜기
책벌레
두 손에 권투 글러브를 끼고
잽, 잽, 잽, 잽, 잽, 잽
외래종 사마귀가 잽 연습을 한다
먼 산을 보며 지나가던
토종 메뚜기의 왼쪽 뺨을
실수로 가볍게 타격을 했다
메뚜기가 놀라서 사마귀를 보고
―이거, 너 묻지 마 폭행죄야
사마귀가 눈을 똥처럼 더럽게 뜨고
―왓? 유 헤드 빙빙?
메뚜기가 사마귀를 돌려 차기로 날려버린다
테니스 공처럼 시원하게 날아간 사마귀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거미가 만든 십자수에
구멍을 방귀소리처럼 뽕, 뚫고도
한참 동안이나 더 날아가 억새 둥지*에
자기 집인 것처럼 쏙 들어가 앉았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거미와 이웃사촌인
억새가 날아와서 외래종 사마귀를 꼭 품어주며
―우리 아가, 엄마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
*억새 둥지: 억새는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인데, 여기서는 억새를 새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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