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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병역의무 부전자전, -아들은 장하였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2회 작성일 23-03-30 16:59

본문

                                                        

(수필)  병역의무 부전자전,   -아들은 장하였다   /  함동진

 

 

                    병역의무 부전자전

                    -아들은 장하였다  

                                                          함동진

 

 

  1960년 논산 신병훈련소를 수료하고 춘천의 보충대를 거쳐 비포장도로로 구불구불 높은 산들을 넘고넘어 도착한 곳이 15사단 보충대였다.  까만 눈망울만 껌벅거리고 군모부터 군화까지 황토가루로 맥질 되어 토용같은 몰골이 되어 있었다. 

  보충대는 절벽같은 산들로 뺑둘러 있어 마치 항아리 속에 들어 앉은 것으로 착각되었다.  밤에 보충병들에게 순번으로 보초를 세우는데 기간병의 하는 말이 "첩첩산중으로 호랑이가 나와  목을 물고 가니 조심히라"   "인민군이 침투하여 목을 베어가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바짝 간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날 병사들은 각각 부대 배속을 받았는데,  내가 도착한 부대에서는 낮에 군수참모부의 여러가지 행정임무를 부여밭고 밤이되자 고참병이 심부름을 시켰다.  어디가 어디인지 사전답사하거나 선보인 일도 없는데 어디로해서 어디로 가면 골짜기가 있는데 물 한 통을 길어 오라는 것이었다.  겁에 질릴 정도의 위협적 명령이었다.  물통을 들고 더듬거리며 골짜기로 갔는데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을 뿐   흐르는 물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 헤메였을 무렵 낙차(落差)가 있어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다.  철모로 얼음을 깨고 물통에 가까스로 물을 길어 왔는데 고참들끼리 물을 난로(15사단사령부 군수참모부 사무실이었음으로 난로가 있었음)에 데워서 다 써버리고  매정하게도 한 방울 남겨주지 않았다.

  이러하기는 매일 계속되어  졸병인 나는 골짜기의 얼음을 깨고 얼음물에서 직접 세면을 하고 손발을 씻고, 양말을 빨고 군복을 세탁하였다.   자연히 발에는 동상이 들어 검푸르게 되고 가렵고 아팠다....... 

  진중 야전화장실이나 야외에서 소변을 보면 죽순이 자라 오르듯 즉시 거꾸로 고드름이 되어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르는 혹한의 지대였다.  또한 대변 역시  뾰쭉탑을 쌓듯 솟아 올랐다. 날마다 이 대변덩이를 치우는 몫도 졸병인 신병의 몫이었다. 

  부대가 위치한 곳은 고지의 산골이었으므로 겨울 기온은 보통 영하 20도이고,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기가 다반사였다.      

  산골짜기의 물은 꽁꽁 얼어 붙었다가  여름이 다 지나가는 8월 말 쯤이 되어서야 다 녹는가 싶으면 9월이 되자마자 서리가 내리고 다시 얼어붙기 시작하였다.    

  한여름에도 밤중에는 모포나 닭털침낭 속에 들어가야 잠이 들 수 있는 혹한의 겨울같은 취침을 해야했다.   

  복더위 한낮에도 땀에 듬뿍 절여진 몸을 산골 개울물에 씻기라도 하려하면 손발이시리고 소름이 끼쳐져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림으로 씻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봄이 와도 5월이 되어서야 산중턱 아래에 진달래와 철쭉이 피어나고, 산중턱 이상 산마루까지는 나목 그대로 상고대나 흰눈이 덮여 있어  사진에서보는 알프스의 산골마을과 설산의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날씨가 흐렸다하면 어김없이 비가 오던지 눈이 내렸다.  겨울철에는 매일 폭설이 내리다시피 하는데 무릎이상 가슴깊이로 쌓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눈이 골짜기를 메워 평지처럼 보여 실수로 실족이라도하면 실종될 정도로 매우 위협적인 폭설이었다.  제설작업을 하다가 뒤를 돌아다 보면 언제 제설을 했느냐는 듯 다시 쓸기 전의 두께로 눈이 쌓였다.  긴긴겨울 고달픈 제설작업이었다.

  고참병들이 다 제대하여 부대를 떠날 때까지 어렵고 힘든 사역병 차출은 다 내 몫이었다.  

  군생활 36개월 동안 2년간은 화천군 산내면 명월리 이곳에서, 나머지 1년간은 부대이동(사단의 전후방 부대교체)을 하여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에서 군생활을 하였다. 

  위에 기록한 글은 군생활의 사적(私的)인 내용이었고, 진정한 임무의 군복무는 행정병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여 군이 내려주는 표창을 세 번이나 받았다.  주어진 일반 평상의 행정업무와 각종훈련작전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하여 밤샘을 한 군생활이었다.  군수참모는 자기의 근무지 변경시마다 데리고 다니려고 나에게 여러 차레에 걸쳐 장기복무하사관이 되기를 권하였다.  그뿐이랴 부서의 일을 똑부러지게 잘한다고  불러주는 애칭이 있었으니 "함면장"이었다. 이등병 때부터 그 분이 타부대로 변경 배속될 때까지 1여 년간 "함면장'으로 불러주었다.  한편 담당 행정장교는 나의 행정업무처리 능력을 보고 "서울대학교를 다니다 입대했느냐"고 여러번 질문을 하였다. 

  행정업무도 버거운데 고참병들의 시중들기에 고생하였음을 필설로서 표현하기에는 한도 끝도 없다.

  사단사령부 군수참모부에 근무한 내가 이러할 진데 예하 말단부대에서 근무한 병사들의 고생은 어떻하였을까? 

  

      태양이 걸리는 산정에서

      침묵을 지키는 용사여!

      두 손을 벌려 하늘을 우러러보아라

      항아리 아가리 같은 여기 하늘을

      젊음의 기백은 여기에서

      종소리 드높이 울림과 함께

      용솟음 친다.

 

      서산에 지는 노을을 돌이키지 말아라

      북 쪽에서 쓰러지는 내 형제를 생각해 보자

      젊은 용사여!

      다시금 우리의 땅이 악몽에 젖어

      저주받지 않도록 어둠 속의 이리떼를 지키라.

                 (1961. 5. 1 육군 제15사단 진중(화천)에서 지은 졸시 <고지와 용사>/함동진)

 

      눈이 고요히 내린다

      이 때면 우리 전우들은 생각나는 게 있다

      산너머 높은 산 저 너머에

      고향생각이 있다 그러나 참자!

 

      등에 수백의 이가 끌어도

      발에 검푸른 동상이 가려워도

      때묻은 군복이라도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짐을 지랴?

 

      높은 고지의 외로움도

      고달픈 훈련과 교육도

      한 쪽의 건빵도

      한 개피의 화랑도

      이 짐을 내 힘 아니면

      웃으며 참으며 짊어질 자 누구냐?

      목수가 되었다가

      사무원이 되었다가

      식모가 되었다가

      화부가 되었다가

      급수자가 되었다가

      청소부가 되었다가

  

      모든 것을 참자! 앞으로 우리 부모

      형제가 사는 자유대한의 통일과 평화와 복지를 위해

      외로워도 고달파도 괴로워도 답답해도

      슬퍼도 기쁨으로 넘기자!

                     (1960. 12. 25 육군 제15사단 진중(화천)에서 지은 졸시 <참자!> 전문 /함동진)

         

  나는 아들이 공군병사로서 멋진 병역의무 완수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아들이 신병훈련서부터  만기제대(34개월)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면회를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들이 근무한 부대는 군작전상 용의주도하게 하기 위하여 육군관할에서 공군관할로 변경되자마자 부대배치를 받은 곳이다. 

  바로 경기도 가평군의 화악산(해발 1,468m 고지) 정상에 위치한 공군 30방공단 예하 공군관제대대 레이더기지인 8386부대에 배속된 것이다. 

  화악산 레이더기지에 오르려면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정도의 아슬아슬한 비포장도로의 낭떠러지에 나있는 구불구불한 험난한 길의 24km를 1시간 20분가량 군용차를 타고 올라야 한다. 

  화악산 8386부대 레이더기지는 대한민국 국군(육해공군망라)의 고지배치 부대들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주둔한 부대이다.  육군의 을지부대가 주둔한 향로봉(해발 1,293m 고지)보다 175m가  더 높을 뿐더러 공군으로서도 일반인들에게 상상을 초월한 최일선의 최전방 최고지가 되는 곳이다.  공군도 이와 같이 높은 고지에서 극기하며 군복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화악산고지에도 병사들이 휴대용 대공미사일 미스트를 조작하며 북한의 전투기와 아군의 전투기를 즉시 순간적으로 식별하여 국군전투기가 출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입수 제공하는 관제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내에 미식별비행체가 출현하면 즉시 방공통제소(PICR)와 공조하여 대응태세를 갖추는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화악산은 평균 영하 20도 이하로 강하하며 영하 30도를 밑돌 때도 많다.   항상 눈이 쌓여 있는 관계로 병사들은 시력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글형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야 하며 안면 동상을 막기 위하여 안면보호 마스크도 필수로 휴대하여야 한다.    상시 초속 15m 이상의 강풍이 몰아쳐 장병들의 의지를 시험하는 혹한이 계속되는 곳이다.  

  화악산도 10월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하여 다음해 5월까지 설산을 이루는 광경은 아비가 군복무를 한 강원도 화천군 산골의 기후환경과 다를 바가 없는 동등한 곳으로 극기의 병역의무 부전자전 복무상황이었다. 

 아들아 장하다!   

 

 

2009. 03. 01.  

깊은산골(長山)

함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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