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조) // 셔? / 오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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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
- 오승철
솥뚜껑 손잡이
같네
오름 위에 돋은 무덤
노루귀 너도바람꽃 얼음새꽃 까치무릇
솥뚜껑 여닫는 사이 쇳물 끓는 봄이 오네
그런 봄 그런 오후
바람 안
나면 사람이랴
장다리꽃 담 넘어 수작하는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 번
묻는 말
"셔?"
그러네,
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 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
"셔?"
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벌어별곡
설령
하늘에 건 맹세는 아닐지라도
가자, ‘이별의 골짝’ 억새물결 터지기 전
아리랑 첫 대목 끌고
거기 가서 헤어지자
기차마저 그냥 가는 타관객리 정선선
기다림은 다 해도 간이역은 남아 있다
한때의 섰다판처럼
거덜 난 민둥산아
곤드레 막걸리 한 잔
콧등치기국수 훌훌
떠밀리고 떠밀린 아우라지 구절리
단판에 이별을 건다
암세포 같은 그리움아
- 오승철
강경우님의 댓글

오승철 님, 대단한 시조 시인입니다.
셔?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주 사람이지만 말로 들을 땐 얼른 알아듣는데, 글로 보면
얼른 감이 안 잡힐 때가 있습니다.
친구집에 방문했을 때, 문밖에서
'셔!'
합니다. '집에 있느냐?' 제주어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말의 형태소 및 음절수를 되도록 줄입니다.
밥 먹언?(밥 먹었느냐?)
강 봥 와!(가서 보고 와라.)
놀 불엉 바당이 대싸져도 오몽허곡(태풍 불어 바다가 뒤집어져도 움직여야 하고)
자연환경 탓일 겁니다. 바람과 파도소리에 말이 잘 들릴리가 없지요. 그러다보니 자꾸 줄이게 됩니다. 소통을 위해서요)
무의(無疑)님의 댓글

어이쿠,
선생님 다녀가셨네요.
요즘 몸보다 마음이 바빠, 이제야 봤습니다.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를 읽었지만
자연환경과 연결하지는 못했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