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조) // 염전 -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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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가만히 받아든 건 물과 햇빛 바람이다
노동의 몸짓으로 맺힌 살을 풀어내듯
허공을 가르는 삽질
서슬이 시퍼렇다
햇살에 여물다가 해풍과 헝클리고
부딪히고 깨어지며
서릿발로 일어서는
질펀한 생명의 제의
쓸쓸한 신앙이다
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 일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 질리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소나기
- 장석주
구름은 만삭이다.
양수가 터진다.
흰 접시 수만 개가 산산이 박살난다.
하늘이 천둥 놓친 뒤
낯색이 파래진다.
.........................
파리
- 장석주
비굴했다,
평생을
손발 빌며 살았다.
빌어서 삶을 구하느라
지문이 다 닳았다.
끝끝내 벗지 못하는
이 남루!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

마음에 위로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