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조) // 조저녁 - 박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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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
풋잠과 풋잠 사이 핀을 뽑듯, 달이 졌다
치마꼬리 펄럭, 엄마도 지워졌다
지워져, 아무 일 없는 천치 같은 초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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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無疑)님의 댓글

지심동백
- 박명숙
혈서 쓰듯,
날마다
그립다고만 못하겠네
목을 놓듯,
사랑한다고
나뒹굴지도 못하겠네
마음뿐
겨울과 봄 사이
애오라지 마음뿐
다만, 두고 온
아침 햇살 탱탱하여
키 작은 섬, 먹먹하던
꽃 비린내를 못 잊겠네
건너 온
밤과 낮 사이
마음만 탱탱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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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장 골목
누구는 호객하고 누구는 돈을 세는
양미간이 팽팽한 노점 앞을 지나는데
꽃집의 늦은 철쭉이 여벌옷처럼 펄럭인다
가끔씩 여벌처럼 세상에 내걸려서
붐비는 풍문에나 펄럭대는 내 삶도
마음이 지는 쪽으로 해가 지듯, 저물 것인가
퍼붓는 햇살까지 덤으로 얹어놓아도
재고로만 남아도는 오래된 간판들을
쓸쓸히 곁눈 거두며 지나는 정오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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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고모
- 박명숙
덕유산자락 기평마을에 작은고모 살고 있지요
밤이면 황금벌레들 하늘 가득 살림나는 걸
허리를 접고 앉아서 나방처럼 지켜보지요
데룩데룩 이리저리 바쁜 하늘 기어다니며
몸 부딪고 배 뒤집는 별들의 난장을
처마끝 거미줄 사이로 까무룩이 바라보지요
어쩌다 툭, 황금벌레 한 마리 풋감처럼 떨어져서는
섬돌까지 꾸물꾸물 이슬 젖어 기어들 때면
두 날개 파닥거리며 고모 혼자 잠 못 들지요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

머물다 갑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