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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運命 앞에서 / 천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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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독도사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9회 작성일 21-05-2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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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運命 앞에서 / 천숙녀



당신은

이제 한 생애生涯를 마감하고

눈을 감고 계십니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저승이란 공간을 좁히거나

뭉갤 수 없는 불가항력不可抗力


당신은

지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늘나라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서너 달의 병원생활로

안방에서 고통을 겪기까지

부족하기 짝이 없는 효도와 다 못 드린 기도

할 기회도 주셨고

끝까지 무엇이 사랑인가를

몸소 보여주신 쭈그렁 가슴


당신의 생애는 결코 짧은 것이 아니라

한 줄기의 긴 강입니다

색채는 더욱 짙고 푸르러

바다만큼 깊고

하늘만큼 높은


하여, 제가 앉아있는 이 자리는

당신의 그늘입니다

그늘속의 빛입니다


고단했던 생애가 한 덩이 침묵

저희들의 잘못과 몰이해조차

사랑으로 감싸주시던 인생자락 그

한 올의 실낱에도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이 세상사는 길의 채찍이실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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