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학 강의 세번째[시조의 형성과 전개]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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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hdk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70회 작성일 16-02-22 10:01본문
시조의 형성과 전개
(1) 고시조 형성 문학·예술로서의 시조는 14세기경인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에 걸쳐 정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존하는 시조집 중에는 고구려의 을파소(乙巴素)나
백제의 성충(成忠), 신라의 설총(薛聰) 등의 작품이라고 실려 있는 경우가 있으나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것이 현 학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현재 남아 있는 시조집에서 비교적 초기에 속하는 작가들을 들어보면
고려시대의 작가로는 충숙왕 때의 우탁(禹倬)과 충혜왕 때의 이조년(李兆年),
공민왕 때의 이존오(李存吾)·길재(吉再)·원천석(元天錫)·이색(李穡)·정몽주(鄭夢周) 등이 있고
조선 초기의 작가로는 정도전(鄭道傳)·변계량(卞季良)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고려 말 조선 초의 유학자들로 주목된다.
초기의 시조작가가 당대의 쟁쟁한 성리학(性理學)의 석학들로 망라되어 있다는 사실은
곧 시조가 형성되는 데 있어서 그 내용의 형성요건을 제시하는 데에
성리학이 중대한 의의를 가졌음을 암시한다.
즉, 신라 이후로 우리 민족의 생활과 민족문화의 뒷받침이 되어온 불교가
고려 말기에 들어서서는 누적된 폐단으로 말미암아
백성과 나라를 해치는 화근으로 전락하였다.
이에 새로운 지도이념으로 각광을 받게 된 주자학(朱子學)의 등장과 함께
시조문학이 성립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시조는 고려 말 이래 새로운 지도이념으로 떠오른
성리학을 신봉하는 유학자들에 의하여 성립된 새로운 시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세련된 문화와 예술을 누리고 있었던 고려 말기에 성립된 시조시형이
그보다 앞선 시대의 문학이나 음악으로부터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시조의 기원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는데,
그 동안의 연구를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외래기원설이다.
이는 다시 중국의 불가곡(佛歌曲)에서 수입되었다는 설과
한시(漢詩)를 번역하면서 이루어졌다는 설이 있으나,
이 두 설은 모두 오늘날 학계에서 부정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재래기원설이다.
이는 다시 네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신요(神謠)나 민요 또는 무당의 노랫가락이 시조의 원형이라는 설이고,
둘째는 시조의 기원을 향가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이다.
셋째 〈정읍사 井邑詞〉와 같은 6구체가(六句體歌)가 그 기원이라는 설과
넷째 고려가요가 붕괴되어 단형화하면서 시조시형이 이루어졌다는 설이 있다.
이 중에서 앞의 세 가지 설은 너무 추상적이다.
시조시형과 가장 많이 닮은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 무당의 노랫가락도
극히 후대에 발달한 곡조이기 때문에,
사실과 맞지 않아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우리 시가의 고유한 음보율인 3음보율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운율형태인 4음보율의 완성과 아울러,
첩련식(疊聯式)인 고려가요의 형태가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
이 새로운 형태가 독립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이로써 시조의 형식이 갖추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성리학을 신봉하는 유학자들에 의하여
전대의 문학 및 음악·예술의 형태가 극복되면서 성립된 14세기의 시조문학작품들 중에는
역사적 사건과 결부된다. 그
리하여 설화와 함께 전하거나 작품에 제목이 붙여진 것이 많다.
특히 이방원(李芳遠)이 조선의 건국을 앞두고 구세력을 대표하는 정몽주의
마음을 떠보기 위하여 불렀다는 〈하여가 何如歌〉와,
이에 대답한 정몽주의 〈단심가 丹心歌〉는 유명하다.
정치적 격변기라 할 수 있는 이 시기의 작품들은 회고가(懷古歌)와
절의가(節義歌)로 나누어볼 수 있을 만큼
나라를 위한 충절이 가장 힘있는 주제로 대두되었다.
회고가는 고려의 멸망 후 지난날의 왕조를 추억하면서
옛 도읍지인 송도(松都)를 찾은 느낌을 읊은 고려 유신(遺臣)들의 작품을 말한다.
절의가는 고려의 충의지사들이 그들의 충성과 단심을 노래하고,
기울어가는 고려왕조에 대하여 개탄한 작품들이다.
이러한 절의가는 조선초에도 나타난다.
다음 [시조의 형성과 전개]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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