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掃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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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掃除)
새똥이 쌓여가는 사백 년 마루 위를
서투른 빗자루가 힘 없이 그어가면
켜켜히 쌓인 이야기
소복히 돋아나고
굴곡진 편액마다 사유는 무성해도
주인은 어디가고 세월만 서 있는고
시간만 삐걱거리는
진공은 고요한데
학동들 노래소리 귓가에 들려오면
대 이은 선혈들의 望族의 염원이여
허공에 기대어 보는
마음은 서글프다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허공에 기대어 보는
마음은 서글"픕니다.
물가에아이님의 댓글

주인이였던 사람이 떠나가고 대대로 그 터를 지키는 후손들...
그것이 미물들과 다른 사람의 위대함 이겠지예
그것마저 귀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전통을 이어가는 님들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 입니다
삐긋 거리는 마루의 소리도 세월의 소리
먼지 앉았다 사라졌다 세월이 쌓여갑니다
계보몽님의 댓글

정자가 문화재라 두 달에 한 번씩은 문화재 돌봄이에서
찾아와 청소도 하고 보수도 합니다만
여름이 되니 갖은 새들이 정자 안에서 새똥을 쌓아가고
조그만 뜰에는 풀이 무릎만큼 자라나서 몇 번 기별을 했지만
오지도 않고 해서, 굽어진 몸으로 풀도 뽑고 새똥을 치우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ㅎ
400년 된 제 직계선조의 정자랍니다
감사합니다 정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