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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조) // 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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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무의(無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55회 작성일 15-08-02 21:39

본문

파적(破寂) - 김연동

 

 


밤새워
솔숲에서
소쩍소쩍 울음 울어
개오동
잎사귀에
어둠을 지울 때쯤
숨어서
숨어서 피는
진창의 저 민들레

 

 

////////////////////////////////////////////

 

파적 - 권달웅



묘적사 뒤란 들마루에
살구나무 그늘이 내려왔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잎에
동자승이 앉아 놀고 있었다
가끔 노랗게 익은 살구가
들마루에 툭 하고 떨어졌다
살구가 떨어질 때마다
고요가 움찔움찔했다
앉아 놀던 동자승이
굴러가는 살구를 따라가다가
살구와 같이 지구 한 모퉁이로
툭 하고 떨어졌다

 


////////////////////////////



파적(破寂) - 송선영



새벽 국지성 호우, 동구 연못 난타하네

목마른 그리움 군락
한식경 푸른 북소리…

새아침
고요 깊이 세우는
둥근 보탑
몇 송이.

 

 

////////////////////////////////

 

 

파적 - 류근


봄날이던가
소쇄원 광풍각 대청에 누워
계곡물 소리로 늦은 숙취를 헹구고 있는데
그 아래 사람 사는 별채에서 한 노파가 달려오며
에잇, 오살할 놈아
거기가 한뎃놈 자빠지는 덴 줄 아냐
소리치는 서슬에 술이 확 깨서
대숲 바람 소리는 듣지도 못한 채
신발 들고 한뎃길로
광풍광풍.
도망쳐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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